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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1천 대는 어떻게 안 부딪히고 그림을 그리나

밤하늘에 드론 수백 대가 만든 빛 형상이 떠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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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수백 대가 공중에서 어떻게 충돌하지 않는가?
실시간으로 서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 전에 모든 드론의 시간별 좌표를 계산해 충돌이 없는 경로만 남긴 뒤 그 경로를 각 기체에 미리 넣어두기 때문이다. 공연 중 드론은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좌표로 가는 일만 한다. 지상국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상태를 감시하고 필요하면 중단시킨다.

밤하늘에 드론 수백 대가 떠올라 글자와 그림을 만드는 장면은 이제 개막식이나 축제의 단골 순서가 됐다.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은 하나다. 저게 어떻게 안 부딪히지.

직관적으로는 드론들이 서로를 감지하면서 피할 것 같다. 실제로는 정반대다.

피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안 겹치게 짠다

드론 라이트쇼의 핵심은 공연장이 아니라 컴퓨터 안에서 끝난다.

  1. 그림을 좌표로 바꾼다. 만들고 싶은 형상(로고, 글자, 3D 모형)을 점 구름으로 변환한다. 드론 한 대가 점 하나다. 500대 쇼라면 모든 장면이 500개 점으로 표현돼야 한다
  2. 점과 드론을 짝짓는다. A 장면의 점 500개와 B 장면의 점 500개를 잇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이동 거리 총합이 최소가 되도록 배정하는 계산을 돌린다. 이걸 잘 풀어야 전환이 빠르고 배터리를 아낀다
  3. 경로를 만든다. 각 드론이 A에서 B로 가는 곡선을 그린다
  4. 충돌을 검사한다. 모든 드론 쌍에 대해 시간대별 거리를 계산해 최소 안전거리 아래로 내려가는 구간이 있는지 본다. 걸리면 경로를 수정하고 다시 검사한다
  5. 검증이 끝난 경로를 각 기체에 업로드한다

즉 공연 중에는 새로운 판단이 일어나지 않는다. 드론은 “지금 몇 초, 나는 여기”라는 표를 들고 그대로 따라간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백 대가 실시간으로 서로를 감지하고 회피 판단을 하게 만들면, 계산량도 통신량도 감당이 안 되고 한 대의 오판이 연쇄 충돌로 번진다.

위치는 어떻게 그렇게 정확한가

일반 GPS의 오차는 몇 미터 수준이다. 드론 간격이 2~3미터인 편대에서 몇 미터 오차는 곧 충돌이다.

그래서 RTK(실시간 이동 측위) 를 쓴다. 원리는 이렇다.

  • 정확한 위치를 아는 지상 기준국을 공연장에 설치한다
  • 기준국도 같은 위성 신호를 받는다. 자기 실제 위치를 아니까, 수신된 신호에 얼마만큼의 오차가 끼어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 오차 보정값을 드론들에게 실시간으로 뿌린다
  • 드론은 자기 GPS 값에서 그 오차를 빼낸다

같은 지역의 수신기들은 대기권 지연 같은 오차 요인을 거의 똑같이 겪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오차가 센티미터 수준까지 줄어든다. 드론 편대가 격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의 대부분이 여기 있다.

색과 밝기

드론 밑면에는 RGB LED가 달려 있다. 각 드론은 좌표뿐 아니라 시간별 색상값도 함께 들고 있다. 그래서 밤하늘의 그림은 사실상 공중에 떠 있는 초저해상도 디스플레이다. 드론 한 대 = 픽셀 하나.

여기서 나오는 제약들이 있다.

  • 드론 수가 곧 해상도다. 글자를 또렷하게 쓰려면 대수가 필요하다. 100대로는 단순한 도형이 한계다
  • 검은색을 표현할 수 없다. 배경이 밤하늘이라 어두운 부분은 그냥 드론을 끄거나 안 배치하는 것으로 처리한다
  • 밝기 차이로 원근을 만든다. 3D 형상을 표현할 때 앞쪽 드론을 밝게, 뒤쪽을 어둡게 해서 입체감을 준다

실패에 대비하는 방식

수백 대가 공중에 있고 그 아래에 관객이 있다. 안전 설계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공연이다.

  • 지오펜스: 비행 가능 구역을 3차원으로 설정해 두고, 그 밖으로 나가려는 기체는 자동으로 제어를 중단한다
  • 개별 이상 감지: 기체가 스스로 배터리 전압, GPS 수신 상태, 자세 오차를 감시한다. 기준을 벗어나면 대열에서 빠져 정해진 회수 지점으로 이탈하거나 하강한다
  • 일괄 중단: 지상국에서 전체를 즉시 착륙시키는 명령이 항상 준비돼 있다
  • 여유분: 실제 필요 대수보다 여유 있게 준비해 이탈이 생겨도 그림이 크게 무너지지 않게 한다

그래서 라이트쇼 도중 드론 몇 대가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그림에 구멍이 생기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대개는 사고가 아니라 설계된 이탈이다.

실제 운영에서 발목을 잡는 것들

기술보다 현장 조건이 더 자주 문제가 된다.

요인 영향
바람 가장 큰 변수다. 풍속 기준을 넘으면 취소한다. 편대 유지에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된다
비·습기 대부분 기체가 방수가 아니다. 우천 시 대개 취소
배터리 공연 시간이 10~15분대로 제한되는 주된 이유
전파 간섭 관객이 많은 곳은 무선 환경이 혼잡하다. 통신·측위 모두에 영향
공역 승인 비행 허가, 야간 비행 승인, 관제 협의가 필요하다. 도심일수록 절차가 길다

공연 시간이 짧은 것은 연출 판단이 아니라 배터리 때문이다. 그래서 긴 행사에서는 편대를 나눠 교대로 띄우거나, 짧고 강한 장면 위주로 구성한다.

불꽃놀이를 대체할까

부분적으로는 이미 대체하고 있다. 화약을 쓰지 않으니 연기와 소음이 없고, 잔해가 남지 않으며, 산불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도 가능하다. 같은 장비를 반복 사용하니 회차가 늘수록 단가가 내려간다.

다만 대체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불꽃의 물리적인 폭발음과 순간 밝기, 몸으로 오는 충격은 LED가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대형 행사는 둘을 섞는다. 드론이 형상과 서사를 맡고, 불꽃이 절정의 타격감을 맡는 구성이다.

정리

  1. 드론은 서로를 피하지 않는다. 충돌 없는 경로를 미리 계산해 넣어둔다
  2. 센티미터 정밀도는 지상 기준국의 오차 보정(RTK)에서 나온다
  3. 드론 한 대가 픽셀 하나다. 대수가 곧 해상도다
  4. 이탈하는 드론은 대개 사고가 아니라 설계된 안전 동작이다
  5. 공연 시간과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배터리와 바람이다

자주 묻는 질문

드론 몇 대부터 글자를 쓸 수 있나요?

짧은 한글 단어나 알파벳 정도는 100~200대 규모에서도 가능하지만, 획이 많은 글자나 여러 글자를 동시에 또렷하게 쓰려면 수백 대가 필요합니다. 관람 거리가 멀수록 필요한 대수가 늘어납니다.

한 대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각 기체가 이상을 감지하면 스스로 대열에서 빠져 정해진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하강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관객 구역과 비행 구역 사이에 안전거리를 두는 것이 기본 조건이고, 이 거리는 허가 조건으로도 관리됩니다.

개인이 소규모로 의뢰할 수 있나요?

전문 업체를 통해 가능합니다. 다만 야간 비행 승인, 공역 협의, 안전 구역 확보가 필요해 준비 기간이 짧지 않고, 최소 대수와 최소 금액이 정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가 도심이거나 공항 인근이면 승인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 오면 왜 무조건 취소되나요?

대부분의 라이트쇼용 기체는 완전 방수가 아니고, 습기는 모터와 기판에 직접적인 고장 요인입니다. 여기에 비구름은 대개 바람을 동반해 편대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안전 기준상 풍속과 강수 조건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 취소 기준으로 운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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