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쟁의 이상한 점은, 양쪽이 서로 다른 사실을 놓고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품이라는 쪽과 아니라는 쪽은 정확히 같은 숫자를 본다. 다만 그 숫자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끌어낸다. 그래서 이 글은 어느 편을 들기보다, 법정처럼 양측의 진술을 나란히 세워보려 한다. 판단은 마지막에 독자에게 넘긴다.
증거물: 양측이 공유하는 하드 데이터
먼저 다툼의 여지가 없는 숫자부터. 2026년 미국 빅테크 다섯 곳(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AI 설비투자 전망은 합산 약 7,250억 달러다.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AI 지출 총액을 2조 5,300억 달러 규모로 집계했다. 미 연준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AI를 최상위 시스템 리스크의 하나로 올렸다. 자산운용사 맨그룹은 지금의 부채 기반 AI 설비투자 사이클을 “현대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격렬한 축에 든다”고 표현했다.
여기까지는 검사도 변호인도 이견이 없다. 갈라지는 건 해석이다.
기소: “이것은 거품이다”
검사 측의 논지는 세 갈래다.
첫째, 자본이 원을 그리며 돈다. 비판자들이 ‘순환 출자(circular financing)’라 부르는 구조다. AI 기업이 투자금을 받아 곧바로 클라우드 사업자의 컴퓨팅을 사면, 그 지출이 클라우드 사업자의 ‘매출’로 잡히고, 그 매출이 밸류에이션을 밀어 올리며, 높아진 밸류에이션이 다시 AI 투자를 정당화한다. 돈이 같은 생태계 안을 빙빙 돌면서, 바깥에서 보면 성장처럼 보인다. 검사 측은 이것이 닷컴 시절의 ‘벤더 파이낸싱’과 닮았다고 지적한다. 당시 통신·장비 회사들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줘 자사 장비를 사게 했고, 그렇게 부풀린 수요 지표는 붕괴 직전까지 튼튼해 보였다. 실제로 엔비디아가 7,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딜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회의론자들은 이런 계약이 업계 전반의 수요와 밸류에이션을 인위적으로 부풀린다고 경고했다.
둘째, 매출이 지출을 못 따라온다. 한 재무 분석은 이렇게 계산한다. 지금까지 쌓인 AI 설비투자에서 10%의 자본수익률(ROIC)만 내려 해도, AI만으로 매년 1,600억 달러의 신규 이익을 추가로 벌어야 한다. 현재 이들 기업의 주가 배수가 함의하는 20% 수준까지 가려면 그 요구치는 3,200억 달러로 뛴다. 기존 사업 이익에 얹어서, 오직 AI로. 비판자들은 어떤 현실적인 단기 시나리오로도 이 숫자를 맞추기 어렵다고 본다.
셋째, 거시 신호가 없다. 2022년 이후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AI가 미국 GDP 성장에 측정 가능한 플러스를 냈다는 증거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자본은 전례 없이 투입됐는데 거시 성과는 지연되는 이 간극은, 역사적으로 버블 후기 국면과 자주 겹쳤다는 것이 검사 측의 마지막 논거다.
변호: “거품이 아니거나, 적어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변호인 측은 같은 증거를 다르게 읽는다.
반박 1: 이번엔 진짜 매출이 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조차 과거 버블과 달리 지금의 AI 기업들은 실제 매출을 내고 측정 가능한 경제적 산출을 만든다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는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1999년의 세 배 수준이라, 충격을 흡수할 완충이 훨씬 두껍다고 본다. 닷컴 시절의 적자 기업들과는 체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반박 2: 수요 곡선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2030년까지 연 1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엔비디아는 글로벌 설비투자가 6,000억 달러에서 최대 4조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변호인 측 논리는 간단하다. 수요가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지금의 지출 러시는 무모한 게 아니라 ‘이른’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반박 3: 더 나은 비유는 닷컴이 아니라 통신망 붐이다. 1990년대 광통신 과잉투자는 단기적으로 잔혹한 붕괴를 불렀지만, 그때 깔린 인프라는 결국 이후 수십 년의 인터넷을 떠받쳤다. 기술을 옳게 골랐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교훈은 아마존이 압축한다. 아마존 주가는 1999년 고점에서 93% 폭락한 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가 됐다. 기술이 진짜인 것과, 지금 가격이 맞는 것은 별개다.
흥미로운 반전: 강경 회의론자도 “AI가 가짜”라곤 안 한다
이 재판의 미묘한 지점이 여기다. 가장 강한 거품론자들조차 “AI는 사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샘 올트먼도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잃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기술 자체의 미래는 의심하지 않는다. 즉 진짜 논쟁은 “AI가 진짜냐”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이 붐을 너무 멀리 밀어붙였느냐, 그렇다면 무엇이 먼저 부러지느냐”이다.
맨그룹이 지적한 ‘반사적 수요(reflexive demand)’가 그 취약점이다. 순환 구조에서는 한 기업이 투자를 늦추기만 해도 생태계 전체의 매출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 튼튼해 보이는 고리가 사실은 서로의 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용이 조여지고 대출자들이 ‘매출로 증명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하는 국면에서, 이 고리의 강도가 시험대에 오른다.
평결을 대신하여
정직한 결론은 ‘둘 다 참’에 가깝다. AI는 실재하는 전환적 기술이고, 기업들은 진짜 고객에게 진짜 매출을 낸다. 동시에 밸류에이션은 현금흐름을 앞질렀고, 레버리지는 쌓였으며, 순환 금융 구조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 두 문장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그래서 “거품이냐 아니냐”는 사실 틀린 질문일 수 있다. 더 유용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지어지는 인프라 중 얼마가, 수요 곡선이 실제로 따라붙기 전에 자금난을 견디고 살아남을 것인가. 닷컴은 인터넷을 죽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을 너무 이르게, 너무 비싸게 산 사람들을 정리했을 뿐이다. AI에서 반복될 이야기가 있다면, 아마 그 대목일 것이다.
⚠️ 이 글의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이며, 특정 종목·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설비투자·밸류에이션 지표는 분기마다 바뀌므로, 판단 전 원출처(가트너, 연준 금융안정 보고서, 각 기업 실적 공시 등)에서 최신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양측이 공유하는 숫자는 무엇인가요?
2026년 미국 빅테크 다섯 곳의 AI 설비투자 전망 합산 약 7,250억 달러, 가트너가 집계한 전 세계 AI 지출 약 2조 5,300억 달러 같은 수치입니다. 다툼은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의 해석에서 생깁니다.
순환 출자 비판은 무슨 뜻인가요?
AI 기업이 투자금을 받아 곧바로 클라우드 사업자의 컴퓨팅을 사면 그 지출이 클라우드 사업자의 매출로 잡히는 구조를 말합니다. 돈이 원을 그리며 돌아 실수요가 부풀려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거품론자들도 AI 자체를 부정하나요?
아닙니다. 가장 강경한 회의론자조차 AI가 가짜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샘 올트먼도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잃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기술 자체의 미래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Leave a Reply